도서

<죽여 마땅한 사람들> - 피터 스완슨

다람다 2024. 11. 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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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라운지 바에서 우연히 만난 테드와 릴리. 그전까진 일면식도 없던 두 사람이지만 비행기가 지연되며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테드는 일주일 전 우연히 아내의 외도 현장을 목격했다고 털어놓으며 아내를 죽이고 싶다며 농담을 던진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릴리는 한없이 진지하다. "나도 당신과 같은 생각이에요."

 

 

1부에서는 테드와 릴리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서술한다. 테드는 현재, 릴리와 헤어지고 난 후 외도를 저지르고도 태연하고 뻔뻔하게 자신을 대하는 아내 미란다를 보며 릴리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아내와 내연남을 처리할 결심을 한다.

릴리는 과거, 10대 시절 엄마의 손님이었던 한 화가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그를 죽일 계획을 짜는 것부터 시작한다.

 

릴리는 사람을 죽이는데 큰 가책을 느끼지 않는 인물이지만 살인이라는 행위 자체에 쾌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그녀에게는 그냥 죽어 마땅한 사람을 죽이는 것뿐. 이른바 정의로운 사이코패스다. 그렇다고 <데스노트>의 주인공 야가미 라이토처럼 정의를 위해 악을 처단한다는 거창한 목표 또한 없다. 그저 조용한 삶을 원할 뿐이다. 그렇게 살기 위해 '필요하다면' 가끔 누군가를 죽일 뿐. 미니멀리즘 살인마다.

 

피터 스완슨은 릴리라는 캐릭터를 내세우며 선과 악을 단순하게 가르지 않고 교묘하게 흐트러뜨리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죽어 마땅한 사람은 죽여 마땅한가? 그는 작품 내내, 그리고 이후에 출간한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와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후속작 <살려 마땅한 사람들>에서 계속 탐구한다. 작가 또한 이 질문에 답하긴 쉽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452페이지로 결코 짧지 않은 분량이지만 페이지가 술술 잘 넘어가는 페이지터너 소설이다. 하지만 무심코 소제목들을 미리 훑어보지 않았으면 싶다. 제목마다 누구의 시점인지 미리 명시하는데...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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