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가모 저택 사건> - 미야베 미유키

다람다 2024. 11. 8.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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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다카시는 예비교에 응시하기 위해 홀로 도쿄의 작은 호텔에서 투숙한다. 그런 다카시의 눈에 호텔에 걸려 있는 한 사진이 들어온다. 호텔이 지어지기 전 그 자리에 있었다는 가모 저택과 저택의 주인이었다는 전 육군 대장 가모 요시유키의 사진. 사진 아래엔 가모 대장이 1936년 2.26 사건 때 자결했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이 호텔에서 다카시는 어딘가 음산한 기운이 흐르는 기분 나쁜 투숙객을 만나게 되고, 이 투숙객이 비상계단에서 뛰어내리는 듯한 모습을 목격하지만 비상계단 아래엔 사람의 시체도, 누군가 추락한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날 밤, 호텔에서는 화재가 일어나고 꼼짝없이 호텔에 갇힌 다카시는 죽을 위기에 처하나 그런 다카시 앞에 비상계단에서 뛰어내린 남자가 나타나 다카시를 둘러업고 58년 전 호텔이 있기 전 세워져 있었던 가모 저택으로 데려가고 자신을 시간 여행자라고 소개한다.

 

 

1936년에 있었던 2.26 쿠데타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일본의 젊은 청년 장교들의 파벌 중 하나인 '황도파'가 일으킨 사건인데, 이 쿠데타가 실패로 끝나며 보수적이고 더 파쇼적인 '통제파'가 일본을 장악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통제파는 이후 일본 육군을 장악하며 군국주의 체제를 수립하고 태평양 전쟁을 주도하게 된다.

 

다카시는 근현대사에 무지한 일본의 청소년층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초반엔 다소 철없게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가모 대장의 죽음, 시간 여행자 히라타의 비밀,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미래를 맞닥뜨리고 점차 성장해 나가는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이 소설에서 미스터리 부분을 충족시키는 부분은 가모 대장의 죽음인데, 현재(1994년)에서 이야기하는 가모 대장의 죽음은 '자결'이지만 정작 36년에 본 사건은 의문점이 가득한 살인 사건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초중반 이야기를 끌어가는 동력으로 다카시는 밀실 사건을 풀어내는 탐정 역할을 맡기도 한다.

 

그러나 추리/미스터리 소설으로만 바라보기에는 자결(살인?) 사건의 비중이 생각보다 크지는 않다. 단순히 '미야베 미유키는 추리 소설 작가라고 하니까 이 소설도 트릭이 잔뜩 들어간 추리 소설이겠지?'라고 접근한 사람들이라면 당황할 수도 있겠다. 내 이야기다. 다만 시간 여행자 히라타가 풀어놓는 비밀과 1년 전 가모 저택에 있었던 이야기 조각들이 맞춰지는 부분에서는 다시 미스터리 소설로 돌아오기도 한다.

 

책은 개정판 기준 688페이지로 두껍고 무거운 편이다. 마지막 역자 후기에서 나오는 이스터 에그는 개정판이 아닌 구판 표지에 존재한다고 한다.

소설을 끝까지 읽어 보면 표지의 이스터 에그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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