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모방범> - 미야베 미유키

다람다 2024. 11. 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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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도쿄의 한 공원의 쓰레기통에서 여자의 잘린 팔 한 짝과 핸드백이 발견된다. 전국이 이 사건으로 시끄러워지고, 이런 국민들을 비웃듯이 이내 핸드백의 주인 후루카와 마리코의 할아버지 아리마 요시오에게 목소리를 변조한 범인의 전화가 걸려온다. 손녀를 돌려받기 위해 요시오는 굴욕적인 요구를 모두 수행하지만 결국 마리코는 시신으로 돌아온다. 경찰이 지목했던 주요 용의자는 텔레비전 생방송에 나와 얼굴을 가리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고, 요시오를 농락했던 범인은 방송국으로 전화를 걸어 용의자에게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면 팔 한 짝의 주인을 돌려주겠다고 제안한다. 잠시 소란이 있던 이후 전화는 끊어지고 다시 걸려온 전화를 들으며 요시오는 광고 전후 목소리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파 추리소설로 총 세 권이라는 만만찮은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분류는 추리소설이지만 트릭이나 범인을 추리하는 일반적인 추리, 미스터리 소설이라기보다는 인간과 악에 대해 탐구한 범죄소설에 가깝다.

 

일단 이야기는 크게 피해자(와 그 유족), 경찰, 언론, 증인을 대표한 사람이 돌아가며 진행되며 서로 맞물린다.

우선 쓰레기통에서 팔을 먼저 발견한 사람은 남자 고등학생 쓰카다 신이치는 이 사건을 시작하게 만든 인물이지만 이 사건 하고는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몇 년 전 자신의 실언으로 인해 일가가 몰살당한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다. 그리고 가해지의 딸이 스토커처럼 찾아와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달라며 아물지 않은 상처에 지속적으로 재를 뿌린다.

 

그리고 또 중요한 후루카와 마리코의 할아버지 아리마 요시오. 요시오는 노쇠했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손녀(혹은 시신)를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치욕을 감내하는 인물이다. 가장 먼저 범인의 눈에 든 탓에 피해자의 유족으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모욕을 받지만 부러지지 않는다. 결국 요시오의 증언들이 범인의 윤곽을 잡아내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쌓아 올리면서 1권 후반, 작가는 충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3권짜리 소설에서 범인을 알려주는 것인데 2권부터는 범인의 성장기와 함께 이 소설의 제목이 왜 모방범인지를 보여준다. 거짓말과 폭력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남자와 그가 숭배하고 존경하는 의문의 동급생 '피스'. 2권은 그들의 성장 궤적과 범행 과정을, 3부는 진정한 범인과 그를 분석하고 끌어내는 장면을 보여준다.

 

분량에 비해서 책 자체는 술술 읽히는 편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나도 괴로웠다. 범인들의 악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잘 써서. 그래서 이 세계를 빨리 극복하기 위해 오히려 더 열심히 읽었던 것 같다.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으로는 <낙원>이 있다는데 모방범의 후유증이 커서 언제 낙원을 다시 집어들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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